석신제 고사 이대로 좋은가!

2010.6.9.

  우리는 수석취미는 인생의 마지막 취미라고 말하곤 한다. 이는 보통 취미는 오래 하다 보면 싫증이 나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다른 취미로 전전하게 되는데 수석 취미는 그 담백하고 깊은맛에 끝까지 계속하게 된다는 의미다. 수석취미에는 연출과 감상, 창작활동 등 정적인 활동도 있지만, 산과 강 그리고 바다로 나가서 탐석하는 동적인 활동도 겸하여 활동의 다양성도 갖추고 있다.

야외에서 탐석 활동을 하다 보면 약간의 위험이 따를 때도 있다. 수석을 오래 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탐석하다 위험에 빠졌던 무용담을 간혹 듣는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절벽을 타고 오르다가 발이 미끄러져 떨어졌는데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며칠 고생하였다는 이야기, 강 가운데 돌밭이 있어 들어갈 때는 잘 들어갔는데 나올 때 길을 못 찾다 깊은 물 속에 빠져 떠내려가며 허우적거리다 겨우 배낭을 벗어 던지고 헤엄쳐 무사히 뭍으로 건너온 이야기 등이다.

필자도 한번은 혼자 탐석 가서 떨어지는 돌에 맞아 머리를 꿰매는 사고를 당했었다. 궁금하신 분들은 개인적으로 물어보시면 상세하게 말씀드리겠다. 그리고 과거에는 강물이 깨끗해서 강물 아래의 돌도 잘 보여 강물이 얕은 물 속 돌밭을 돌아다니며 탐석을 하곤 했다.

강바닥이 얕은 곳을 따라 계속 물속만 보고 탐석하다 보면 어느새 거의 강 가운데까지 들어왔는데 되돌아 나가는 길을 잃어버려 속으로 당황하여 한참 헤매다가 겨우 강변으로 나온 경험이 여러 번 있다. 또 간혹 탐석하다 돌아가신 분들의 이야기도 들려오곤 한다. 그래서 탐석을 혼자 다니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다니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터인가 수석회에서 신년에 처음 탐석가서는 석신제를 하는 수석회가 하나 둘 생기더니 최근에는 대부분의 수석회가 신년 초 행사에 석신제를 개최한다. 석신제를 지내며 석신에게 안전과 명석을 기원하는 것 같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러 수석회에서는 석신제를 개최하였고 두 수석 월간지의 수석회 기사면을 채우고 있다. 필자도 초대를 받아 몇 군데 다녀오기도 했다. 고사도 형식적으로 간단히 하지 않고 본래의 절차에 충실해지려는 경향이고 어느 수석회에서는 의관도 준비하여 제대로 격식을 갖추어 하는 곳도 있다.



영춘 겹산 풍경과 돌밭

필자는 수석회의 이러한 경향에 대해 꼭 3년 전인 '07년 7월 인터넷에 '석신제 이대로 좋은가! 라는 글을 올려 수석계의 이런 경향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소리는 소리 없는 아우성에 지나지 않는지 석신제는 여러 수석회로 점점 확산하여 정례 행사로 굳어져 가고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 수석문화에 다른 것은 몰라도 석신제 문화만큼은 꼭, 바로 잡았으면 싶다. 개인의 외침이 외롭더라도 바뀔 때까지 기회가 닿는 대로 말하고 싶다.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석신제를 지낼지 몰라도 돌밭에서 돼지머리에 대고 절하는 것을 외부에서 보면 어떻게 보일까? 수석인들은 모두 미신을 믿는 이상한 단체라고 생각할 것이다. 석신제 깊이 생각해 보자. 다음은 고사 절차다.


고사 진행순서

♣ 진행자는: 큰소리로 봉주취위......, 하면서 차례대로 진행하도록 한다,

1. 봉주취위(奉主就位): 고사 진행자(집례,집사)가 신위를 올리고 촛대에 불을 밝힌다.
2. 분향강신(焚香降神): 초헌관(제주)이 향을 세 번 집어(삼상향) 분향을 한 뒤 재배를 한다.
3. 참신(參神: 초헌자가 재배할 때 참가인원 모두 재배한다.
4. 초헌(初獻): 처음으로 초헌관이 술을 올리는 순서이다.
5. 독축(讀祝): 축문을 낭독한다. (정해진 사람이 없으면 진행자가 축을 낭독)
6. 아헌(亞獻): 위와 같은 순서로 아헌관(임원)이 술잔을 올린 후 절을 두 번씩 한다.
7. 종헌(終獻): 마지막 순서로 미리 정해진 순서에 따라 술잔을 올린 후 절을 두 번씩 한다.
8. 망요(望燎): 사회자가 지방, 축문을 불살라 올리며 무사기원을 빔으로서 고사가 종료된다.
9. 음복 - 고사가 종료되면 고사 상의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음복을 한다.


제사 절차가 16단계인데 비해 고사 진행절차는 많은 부분이 생략된 9단계의 절차이다. 그러나 제사와 매한가지로 인간의 능력한계가 하늘과 땅을 주재하는 우주 섭리와 비교하면 너무나 미약한 존재이기에 보이지 않는 신에게 의지하며 무사 형통을 기원하는 그런 의식이다.

수석회원 중에는 고사를 배척하는 기독교 인도 있을 것이다. 대놓고 반대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잠재하여 있다. 멀리서 오시거나 바쁘신 분들은 석신제가 길게 진행되어 모처럼 돌밭에 나왔지만 정작 탐석은 하지 못하고 석신제만 참여하고 그냥 가시는 분도 계시다.

고사나 미신을 믿는 것은 이젠 옛날이야기가 되어 진짜로 믿는 사람도 없고 단지 문화일 뿐이고 재미로 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시대가 되었는데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조상에 제사 지내는 것처럼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통문화도 아니고 수석회에서 석신제는 새롭게 시작하는 문화인데 굳이 고사 형식으로 갈 필요가 있을까 한다.

필자 생각에 석신제를 위와 같은 고사 절차를 밟아서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미신적인 절차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좀 더 합리적이고 생산적으로 진행하였으면 한다. 새해 새롭게 시작하는 모임으로 기업에서는 시무식이라는 말을 쓴다. 등산 취미에서는 시산제를 쓰고 있다. 우리도 석신제보다는 시석제라 하면 어떨까? 그래서 신년 초 수석회에서 모여서 직장의 시무식과 비슷한 행사를 하고자 한다면 고사를 지내는 대신에 다음과 같이 진행하였으면 한다.


시석제 순서

1. 회장 신년사와 올해 수석회 활동 계획
2. 대한민국 수석인 헌장 낭독
3. 환경보호와 수석인의 자세, 탐석지에서의 안전
4. 탐석지의 석질과 탐석 요령
5. 간단한 요기
6. 탐석
7. 탐석 결과 시상


구체적인 진행 순서는 수석회 여건에 맞추어 하면 될 것이다. 돼지머리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니 행사 비용이 절약될 것이고 고사를 진행하며 부조 돈을 많이 뜯어내려 하지 않아도 된다. 미신을 믿지 않는 수석인과 갈등을 빚지 않아도 좋다. 또 석신제가 길어지면 멀리서 오신 분들은 새로운 돌밭에서 탐석도 하지 못하고 그냥 가는 일도 생긴다.

그러나 시석제는 수석회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행사가 된다. 일거양득이 아니고 일거삼득이다. 우리 수석문화가 조상으로부터 즐겨오던 문화이지만 일부 일본의 영향도 많이 받고 있다. 그래서 젊은 수석인들로부터 우리 독자적인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데 이런 것부터 고치지 못한다면 후배들에게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아무리 석정에 의해 좋은 것이 좋다고 나쁘다고 말하지 못하고 그냥 놔두게 되면 영원히 고쳐지지 않고 석신제가 대한민국 수석문화로 고착되어 버릴 것이다. 만약 우리 수석회가 아닌 산악회나 낚시회에서 고사를 지낸다면 우리는 코웃음을 치며 욕을 할 것이다. 이제 우리 스스로 고쳐나가자.

오프라인보다는 결속력이 떨어져서 가입과 탈퇴가 자유스러운 온라인 수석회에서 하는 신년 춘계 탐석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신규 회원과 서로 잘 모르는 회원들이 있어서 그런지 명찰을 만들어 달고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 아침에 간단한 간식을 하고 탐석 행사에 들어갔다.

탐석 행사 후엔 점심을 하고 시상식을 하였는데 장원과 부장원 이외에 우정상을 만들어 시상 받은 석우가 차기 시상자를 뽑도록 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끝날 무렵 서로 손을 맞잡고 수석회의 구호를 외치고 돌아가며 모두 악수하며 헤어지는 것도 참신하고 좋았다. 필자가 경험한 한 예를 들었지만 시석세 행사는 수석회 사정에 맞추어 재미있고 뜻있게 개최하면 석신제보다는 기억에 남고 보람도 느낄 것이다.

올해도 신년 모임에 각 수석회에서 열심히 석신제를 개최하는 것을 보고 답답한 마음에 다시 이 글을 써 본다. 내년에는 석신제를 개최하는 수석회가 많이 줄어들었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 이 글은 필자가 벌써 3년제에 쓴 글을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여 새로 쓴 것일 뿐 최근에 행사한 특정 수석회의 석신제와 무관함을 미리 밝혀둔다.
 


석명: 세한설목, 크기: 14x10x6, 산지: 영춘




 

수석인의 샘터 참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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