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이 아니고 돌이다.

2010.4.17.

  언젠가 필자가 자주 접촉하지 않는 꽤 오랜 경력의 수석 원로 분을 만나 가까이서 석담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때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요즈음 수석인들이 하는 수석은 '수석이 아니고 돌이다.'라는 말씀을 듣고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크게 충격을 받았다.

이와는 반대되는 이야기로 한번은 소장자이신 칠곡의 유명 원로 수석인 전시실에 들른 적이 있었는데 수석계에서 훌륭한 산수경석들이 전시된 곳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일전에 수석을 열심히 한다는 여류 수석인이 보고 싶다고 하여 초대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그 여류 수석인이 충격을 받고 자신은 열심히 한다고 하였지만, 선생님의 소장석을 보니 자신의 수석은 수석이 아니라고 생각되어 모두 내다 버렸다고 한다.

이때는 유명 원로 수석인께서 속으로 매우 놀라서 전시실 공개도 신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고가 수석을 취급하는 모 수석 가게 주인은 명품 수석은 대부분 이미 알려졌고 명품 수석 리스트가 따로 있으며 그런 명품 수석은 주로 소장자에게 판매된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가 명품 수석은 꼭 규격석이어야 하느냐? 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비록 규격석에 비해 가격은 낮아도 좋은 수석은 소품석이어도 찾는다고 한다.

필자가 서두에 몇 가지 이야기를 올린 것은 '취미에서 명품 수석만이 수석이 아니다!'라는 것을 거꾸로 강조하고 싶어서다. 수석을 하는 유형별로 보면 소장자, 중견 수석인, 일반 수석인이 있다. 여기서 소장자라 하면 주로 명품 수석을 사들여 소장만 하고 다시 파는 경우가 없다. 이들의 꿈은 수석박물관을 지어 자신의 수석을 대대로 영구 보존하는 것이다.

다음 중견 수석인은 물론 자탐도 하지만 수석을 구매도 하고 또 그 중 일부 수석인은 개인별로 팔기도 하며 수석회 활동이나 전시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실질적으로 제도권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수석계를 이끌어 가는 부류라고 보면 된다. 여기서 사용한 '중견 수석인'은 마땅한 명칭을  찾을 수 없어 이곳에서만 임시로 사용한다. 일반 수석인은 그 외 대부분의 수석인이 해당되며 주로 자탐에 의한 순수한 수석취미를 즐기는 부류다. 필자도 이 부류에 속하며 스스로는 옛날 선비처럼 깨끗한 수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분류해보면 개인이 평생 탐석하여 소장하는 명품 수석의 수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일반 수석인의 경우 구매를 주로 하는 소장자나 중견 수석인들에 비해 명품 수석의 양이 적을 수밖에 없어 아무래도 소장석의 수준에서 큰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소장자도 취향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소장자의 수석이 모두 명품만은 아니다. 그러나 소장자의 소장석은 명품이 더 많다. 중견수석인도 자신의 대표석으로 명품 수석을 몇 점 정도 소장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탐에 의해 수석활동을 하는 일반 수석인은 탐석을 열심히 다니고 수석 경력이 오래되신 분은  한두 점 있을 수 있으나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일생일석이라고 평생에 명석 한 점 탐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설사 운이 좋아 명석을 한 점하였다 해도 어쩌다 소문이 나면 계속 접근하여 달라는 석우에게 마지못해 양도하게 되기도 한다.

필자가 방문하여 아는 수석계의 원로이신 소장자 두 분은 소장하고 계신 수석만큼이나 훌륭한 인품으로 필자가 항상 존경하는 분이다. 서울에 계신 한 분은 수석을 문화재로 승격시키기 위해 헌신의 노력을 기울이시고 실지로 석실의 대표석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여 수석계에 역사적인 큰 업적을 남기셨다. 여건만 된다면 나머지 소장석도 기증하려고 하신다.

칠곡의 소장자이신 원로 분은 어려운 석우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기도 하지만 옳고 그름이 분명하시어 잘못된 일은 바로 꾸짖으신다. 사진 촬영을 위한 연출도 직접 하시고 모래에 조그만 티끌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함이 있으시다. 그런 두 분 소장자의 올곧음이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어 필자는 물론 많은 수석인들이 존경해 마지 않는다.

그런데 자금력은 있으나 수석 경력이 짧으신 분이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나 명품 수석을 사들이더니 자금력을 바탕으로 수석회와 전시회에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하는 경우를 간혹 목격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수석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분이 수석을 사들여 명석(소위 돈돌)을 많이 소장하게 되자 우쭐한 기분에 소장석을 기준으로 수석인의 인격을 평가하려는 인사가 간혹 있어 수석계에서 눈총을 받는 일이 있다.

수석의 경륜이 어느 정도 붙으면 비록 명품 수석은 별로 없더라도 수석과 돌을 구별할 수 있는 안목과 수석을 매개로 하는 시. 서. 화의 수석 문화에서도 나름대로 식견을 갖게 된다. 명품 수석을 보면 어느 산지의 수석이라는 것도 대략은 안다. 그러나 수석 경력이 짧고 탐석을 거의 다니지 않고 명품을 구매한 경우에는 대충의 지역명은 혹시 알지 몰라도 산지가 구체적으로 어디인지, 그런 수석을 탐석하려면 얼마나 힘든지 알지 못한다.

엉뚱한 수석을 유명 산지의 수석이라 해도 맞는지 틀리는지 알지 못한다. 물론 수석의 좋고 나쁨은 비교하여 알 수 있겠지만 탐석한 기억과 석우와의 추억 그리고 탐석하면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을 수 없다. 단지 어느 수석가게 누구한테 얼마에 샀다는 기억만 있을 것이다. 혹시나 이런 분들이 소장석 기준으로 기존의 수석인들을 무시하고 단지 소장한 수석의 수준을 기준으로 수석인의 인격을 판단하려 한다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석명: 수문촛대바위, 크기: 17x15x7, 산지: 파계사


존경받고 귀감이 되는 원로 수석인께서 혹시라도 '좀 더 좋은 수석을 하도록 해보라.'라고 조언하시면 수석 취미가 본래 좀 더 좋은 수석, 더욱 완벽한 수석을 추구하는 것이라 충고를 고맙게 받아들이고 항상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겠지만, 졸부처럼 어느 날 갑자기 유명 수석인이 되어 보통의 수석인을 무시하며 그와 같은 말을 한다면 많은 수석 인으로부터 비난만 들을 것이다.

수석과 인격은 다르다. 수석은 물질이고 인격은 정신이다. 명품 수석을 많이 소장한 것은 물질적으로 뛰어난 것이다. 형이하학적인 것이다. 물론 많은 명품 수석에 부럽기는 하다. 과거 유명 P 시인께서는 명품 수석은 별로 소장하고 계시지 않았지만 훌륭한 수석 시를 많이 쓰시어 수석문학계에 커다란 업적을 이루셨다. 수석인의 인격은 이런 형이상학적인 것이다.

수석계 발전을 위하여 얼마나 많이 이바지하였는지, 수석을 매개로 한 시, 서, 화의 활발한 활동으로 수석문화 발전에 얼마나 이바지하였는지, 서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수석에 대해 얼마나 해박한 지식을 가졌는지, 수석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얼마나 큰지, 이러한 것이 수석인의 인격이다. 물질만을 갖고 인격을 평가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 수 있다. 물론 전부 무관한 것은 아니다. 물질에서 과욕이나 탐욕이 생기기 때문에 욕심 부분에서는 그 사람의 인격을 평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외는 무관함을 여기서 알 수 있다.

다른 예기를 잠시 해보겠다. 역사적으로 침략을 당하였던 국가는 유명 문화재가 유출되어 후에 약탈당한 문화재를 여러 경로로 환수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우리 고미술 문화재도 외국의 침략 시에 반출되었던 문화재를 협상으로 찾아오거나 또는 외국에서 경매 시에 비싼 가격에 낙찰받아 다시 찾아오는 뜻있는 분들의 노력을 종종 듣게 된다. 최근에는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을 되찾기 위해 프랑스와 협상하고 있다.

그런데 문화재를 취급하는 이런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문화재를 지키고 보존하는 것은 고가품 외에도 작은 유산도 모두 소중한 우리의 문화재이며 이런 것들도 보존하려고 노력하는 분이 있어야 우리의 문화재가 각 분야에 고루 보존될 수 있다고 한다. 또 예술품에 있어서 화가들의 그림도 국전 특선 화가의 작품뿐만 아니고 신인 화가들의 작품도 수준만 다를 뿐이지 같은 예술품일 것이다.

수석도 매한가지라고 본다. 각 수준의 수석을 인정하고 수준별로 어울리며 즐기면 된다. 동호회에 가입하여 활동한다면 그 동호회 보편적 수준에 맞추어 소장하고 함께 감상하면 된다. 전시회에 출품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전시회 수준의 수석을 출품하면 된다. 취향에 따라 산수경석만 한다면 보편적인 산수경석 수준에 맞추면 되고 해석이나 그림돌만 한다면 해석이나 그림돌의 보편적 수준에 맞추면 된다.

소장자 분들은 소장자 분들의 수준에 맞추어 명품 수석을 소장하면 될 것이다. 수석 취미의 즐거움이 수석을 탐석하고 감상하는 일도 큰 즐거움이지만 석우와 어울려 함께 취미활동을 하는 것도 또 하나의 큰 즐거움이다. 수석계에서 소장자는 소수다. 많은 석우와 어울러서 함께 수석을 감상하며 석담을 나누고 싶다면 각자의 소장석을 있는 그대로 봐줘야 한다.

소장자의 수석이야 누가 보아도 명품이니 논란이 적을 것이나 소장자가 일반 수석인의 소장석을 보고자 할 때 일반 수석인의 소장석 수준에 맞추어 감상하며 석담을 나눠야 한다. 이는 어른이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으면 눈높이를 아이의 수준에 맞춰야 하는 것과 같다.

일반 수석인 중에도 오랜 경륜의 수석인도 있겠지만, 초보자도 있고 나홀로 수석인도 있다. 수석 연륜이 오래되신 분이 초보자의 소장석을 볼 때도 매한가지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을 잊고 너무 형편없는 수석이라고 몰아붙이지 말자. 단 초보자의 소장석은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결점이나 단점이 있는 수석들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말해주는 것이 좋다.

우리 각자도 초보시절 양 위주의 수석에서 벗어나 소장석의 수준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수준별로 우리 수석문화가 고루 발전할 것이다. 만약 명품 수석만 수석으로 본다면 수석 인구가 돈 있는 소장자로 국한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다른 취미 분야보다 동호인 수가 적은데다 젊은 수석인의 유입이 적어 수석계가 노령화되어가는 것이 걱정이다.

수석인구가 자꾸 줄어들어 수석계가 쪼그라든다면 수석인 모두에게 좋지 않을 것이다. 유유상종이라고 소장석이 비슷한 수준의 동호인과 어울리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각자의 수준에 맞게 소장석을 있는 그대로 봐주자. 수석뿐만 아니고 취미는 동호인과 함께 어울려 즐기는 것임을 잊지 말자.



석명: 설악 추경산수도, 크기: 17x23x10, 산지: 단양




 

수석인의 샘터 참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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